
허 감독은 은퇴 이후 ‘야구의 본고장’에서 리더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레벨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다.
미국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디비전2에 속해있는 아주사퍼시픽대학교 타격 코치를 맡고 있었던 허일 코치가 최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정식 코치 계약을 맺었다.
허일이 맡게 될 보직은 선수 개발 부서(Player Development)의 타격코치.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레벨의 모든 타자들을 살핀다. 구단의 타격 코디네이터, 마이너리그 전 레벨 타격코치들과 함께 유망주들에게 가르칠 타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파워볼사이트
허일은 지난해 이미 클리블랜드 구단의 오퍼를 받았고 면접까지 모두 마쳤다. 하지만 당시 구단 내 코치 정원이 모두 차 있었다. 구단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의 구단 아카데미에서 일을 하며 구단 내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일단 대학에 남았고 1년 뒤, 마이너리그 레벨 타자들의 총괄하는 부서의 일원이 됐다.
허 코치는 2011년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지만 통산 142경기 타율 2할3푼1리(251타수 58안타) 2홈런 23타점의 성적을 남긴 채, 2020시즌이 끝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현역 연장의 의지도 있었지만 실패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롯데 시절 인연을 맺었던 행크 콩거 코치의 도움으로 콩거 코치의 모교인 헌팅턴 비치 고등학교에서 훈련 보조일을 하면서 영어와 지도자 연수를 동시에 시작했다. 이방인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몸으로 경험하면서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헌팅턴 비치 고등학교의 타격 보조코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2022년 가을부터는 아주사퍼시픽대학교의 메인 타격 코치 및 외야 수비 코치로 부임했다. 토토사이트
약 1년 만에 고등학교 보조 코치에서 대학교 메인 코치로 신분이 상승했다.
이후 개인 레슨을 병행하면서 타격 이론을 갈고 닦으며 스스로 지도자 연수 과정을 헤쳐나갔고 2023년,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구단의 초청 코치로서 경험을 쌓았다. 이때의 인연으로 허일 코치는 클리블랜드 구단에 몸담게 됐다.
고교 코치로 일을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정식 계약을 맺은 지도자가 됐다. 과거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불펜 포수 겸 코치로 일했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의 사례가 있지만 아마추어 레벨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올라선 경우는 한국 지도자 가운데 거의 처음이다. 안전놀이터
24일 연락이 닿은 허일 코치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주위에서는 ‘너 거기서 어떻게 할래’라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까지 했다. 그래도 아직 실감이 안나지만 뿌듯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당장 2월부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작이다. 하지만 대학리그는 이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클리블랜드 구단은 허일 코치의 합류를 빨리 요청했다. 애리조나주 굿이어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캠프 훈련장의 선수 개발 부서 사무실로 최대한 빨리 출근하기 위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허일 코치는 “구단에서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하더라. 구단도 대학교 감독에게 전화해서 ‘허 코치를 빼가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농담으로 구단에서는 ‘우리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살 돈이 없다. 대신 네가 오타니를 키워달라’라고 하더라. 구단에서도 저와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아주사퍼시픽대학교 역사상 첫 디비전 우승도 이끈 지도자였기에 애정이 컸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떠나려기에 여운도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허 코치는 “어제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는데 목이 메였다”라고 전했다. 파워볼사이트
또 대학 코치와 함께 개인 아카데미도 병행하고 있었던 허일은 이 역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박민우, 박건우(이상 NC)가 함께 훈련했고 노진혁(롯데)도 올 겨울 허일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들, 미국 유학생 신분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국 선수들도 허일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다른 좋은 타격 지도자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저를 믿고 와줬다. 한편으로는 저와 운동을 했는 것에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서 좋은데, 이 친구들을 놔두고 떠난다는 게 눈에 밟힌다”라며 아쉬운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동양인 지도자로, 한국인 지도자로 인종의 유치천장을 깨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정식 코치가 됐다. 허일의 아메리칸드림은 어디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